정부와 정치권의 청년고용률 인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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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정부와 정치권의 청년고용률 인식 ‘우려’ 이중노동시장 구조적 문제 해결 의지 안보여

기사입력2014-01-17 12:06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노동시장에 대한 이론 중 ‘이중노동시장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고임금, 안정된 고용, 장기적 전망이 있는 ‘1차 부문’과 저임금, 비정규직 등의 ‘2차부문’으로 노동시장이 분리돼 있다는 이론이다.

한국 노동시장 역시 이중노동시장으로 구성돼 있다는 가설은 다양한 형태로 증명된 바 있다. 지난 2013년 12월 나승호 한국은행 조사국 차장 등이 발표한 ‘청년층 고용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한국에 이중노동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실증적으로 검증돼 있다.

이 보고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하에서는 1차 시장과 2차 시장간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아 노동시장에 최초로 진입하는 시점에 2차 시장에서 근무를 시작하면 향후에도 1차 시장에 진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1차 시장 진입에 실패한 청년층의 경우 2차 시장에 진입하기 보다는 1차 시장 진입을 위해 자발적인 비경제활동 상태를 감수하게 되고 이는 고학력 청년 NEET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노동시장 구조 측면에서는 비정규직 등 2차 노동시장의 취업자에 대한 처우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2차 노동시장에서 1차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노동시장의 분단구조를 약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중노동시장 문제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청년고용률이 역대 최하로 집계되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지만 이중노동시장의 형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인식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16일 기획재정부 차관 주재로 청년고용작업반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여전히 청년고용의 원인을 ‘취업 눈높이 상승’, ‘안정적 일자리 선호 심화’ 등에서 찾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역시 16일 국회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중소기업 일자리 알선만 잘 해줘도 청년 고용률이 3%는 올라간다”는 등의 발언을 통해 청년 고용률 저하의 이면에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중노동시장이 존재하는 한 비정규직, 저임금 중심의 2차노동시장에 청년들이 진입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른 최선의 선택이다. 정부 입장에서야 힘들지 않게 고용률을 올릴 수 있는 수단으로 “청년들의 눈높이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식개혁운동에 주목하는 모양이지만, 청년층에게 노동시장에서 스스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

노동시장에 뿌리박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에 대한 법적 보호, 저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중소기업 지원 등이 동시에 진행될 필요성이 보인다. 책임을 청년층에 돌리는 태도는 직관적이지만 문제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정부와 정치권 양쪽에서 청년층 고용률 하락의 구조적인 원인에 대한 문제의식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 이중노동시장 이론이 그렇게 최신의 이론이거나 비밀스런 발견이지는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계속 이런 수준에만 머문다면 청년층에 질타당할 일만 남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