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의 광주 영령에 대한 추모, 진실부터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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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노태우의 광주 영령에 대한 추모, 진실부터 밝혀야 5·18 망언 종식시킬 수 있는 해법, 노 전 대통령이 갖고 있다

기사입력2020-06-02 10:52

조충민 객원 기자 (ccm0808@daum.net) ㅣ다른기사보기

“알았어, 내가 다 잘못 했으니까 사과할 게, 미안해.” 부부싸움을 할 때 사태를 서둘러 끝내고 싶은 남편들이 흔히 던지는 말이다. 그런데 아내가 “당신이 뭘 잘못했다는 건대?”라며 반격에 나선다.

남편의 답변은 궁색하다. “내가 그냥 다 잘못했다니까”라고 에둘러 눙치며, 조기진화에 나선다.

흔히 볼 수 있는 부부싸움의 한 장면이다. 아내의 반격은 예리하다. 남편의 사과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뭘 잘못했냐?”고 따져 물어본 것이다. 남편은 내심 잘못한 게 없다고 느끼고 있음에도, 빨리 언쟁을 끝내고 싶은 마음에 먼저 사과는 했지만, 아내가 구체적인 잘못을 따져 물어보니 난감할 뿐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씨가 29일 광주 북구 운정동 5·18 국립민주묘지를 찾아 노 전 대통령의 조화를 헌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국립 5·18민주묘지관리소 제공>

지난달 29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장남 재헌씨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 보내 추모의 뜻을 전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광주학살을 공모한 노 전 대통령이 광주민주화운동 40년 만에 행한 최초의 조문이다. 왠지 공허하다. 전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부부싸움에서 남편의 사과에 맞닥뜨리는 아내의 마음이 이런 걸까?

노 전 대통령이 광주 영령들을 기리고자 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했다면, 추모에 앞서 사죄가 먼저여야 한다. 또 죄를 고백해 용서를 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낱낱이, 솔직히 밝혔어야한다.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최초 발포 명령자가 누구인지 등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광주 영령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할 마음이 있다면, 실체적 진실규명이라는 첫 단추부터 제대로 풀어야한다.

그래야만 광주 영령들의 넋 또한 달래질 수 있다. 특히 지난 2011년 발간한 ‘노태우 회고록’을 바로 잡는 일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는 이 회고록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의 원인을 유언비어 탓으로 돌리며, 전두환 신군부의 입장을 두둔했다.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광주학살의 핵심 책임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아무런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의 부인 이순자씨는 적반하장격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는 내 남편’이라는 지나가던 소도 웃을 소리까지 해댄다.

전 전 대통령의 안하무인식 행태는, 아직까지도 그의 천인공노할 죄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인 이유도 크다. 그런데 전 전 대통령과 그 부인의 망언을 잠재울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광주학살의 공모자인 노 전 대통령에게 있다. 광주 영령들에게 진정 용서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 진실을 밝히는 것이란 사실을 더 늦기 전에 깨닫길 바랄 뿐이다. (중기이코노미=조충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