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온렌딩…대출 60%가 우량중기에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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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겉도는 온렌딩…대출 60%가 우량중기에 쏠려 자금부족·저신용 중소기업 자금조달 지원제도 취지 어긋나

기사입력2014-10-22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1일 산업은행(사진)에서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정책금융공사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다. ©중기이코노미

신용등급이 좋은 중소기업에게 온렌딩대출이 집중되면서 온렌딩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의원은 21일 한국정책금융공사 국정감사에 앞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온렌딩 지원대상 중소기업 중 상대적으로 우량한 중소기업에 지원된 비중이 절반을 넘어 온렌딩 제도의 근본 취지와 다르게 집행됐다”고 주장했다.

온렌딩은 은행이 기업의 기술신용정보를 확인해 대출적격 여부를 심사하고, 정책금융공사의 장기저리자금을 받아 해당기업을 지원하는 간접 정책금융제도다. 정책금융공사는 온렌딩에 대해 “자금력이 부족하거나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시중은행에서 자금융통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주 대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박 의원이 정책금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지원된 온렌딩 1만4828건 20조6171억원을 분석한 결과, 온렌딩 지원대상 중소기업 중 상대적으로 우량한 금융감독원 표준신용등급 6~8등급 기업에 대한 지원비중이 전체의 59.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렌딩의 지원대상은 6~11등급인데, 상위 3개 등급에 전체 자금의 60% 가량이 집중된 셈이다.

신용등급 6~8등급 기업 대상 온렌딩 대출 비중

<자료=박병석 의원실>

6~8등급 기업에 대한 지원금액은 2011년 2조4809억원에서 2012년 3조2866억원, 지난해는 3조9119억원으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전체 지원금액 중 이들 상위 3개등급 기업에 대한 지원비중은 지난 2012년 63.1%를 기록한 뒤 지난해 58%로 감소했으나, 올해 6월까지 59.4%로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등급 6~8등급에 대한 정의를 보면 “대지급능력이 양호하지만 경제여건 및 환경악화에 따라 장래 원리금 지급 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는 그룹”이다. 이에 반해 9~11등급은 “대지급 능력이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래 안전에 대해 단언할 수 없는, 또는 대지급 능력이 결핍된 그룹”으로 정의돼 있다. 상대적으로 시중은행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한 기업들에게 온렌딩이 쏠려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정책금융공사는 신용등급이 9~11등급이더라도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기업이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부실의 일부를 공사에서 분담하는 신용위험 분담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 또한 명목만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용위험부담 온렌딩 비중

단위:억원<자료=박병석 의원실> ©중기이코노미

박 의원에 따르면 신용위험분담 온렌딩 자금은 2011년 2419억원에서 2012년 2597억원, 지난해 2621억원으로 소폭 증가해왔다. 그러나 전체 온렌딩에서의 비중은 2011년 5.7%에서 2012년 5.0%, 지난해 3.9%로 줄어들고 있다. 올해 6월까지의 신용위험분담 온렌딩 비중은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전체 온렌딩 규모가 2011년 4조2706억원에서 2012년 5조2117억원, 지난해 6조7459억원으로 점차 증가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공사가 자기부담이 전혀 없는 온렌딩만 취급하는 것은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우선지원대상으로 해야 하는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책금융공사는 신용위험 분담률이 낮은 것은 시중은행이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는 굳이 신용위험부담을 할 필요가 없는 우량 중소기업들이 온렌딩을 이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온렌딩의 고유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신용위험분담률에 대한 목표치를 정하는 등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온렌딩 자금 지원이 장기 시설자금보다 단기 운전자금에 집중되고 있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지난 4년간 온렌딩 지원을 분석해보면 대출기간 10년 이내, 거치기간 5년 이내의 시설자금 대출은 38.8%였다. 반면 대출기간 3년 이내, 거치기간 1년 이내의 단기 운전자금 대출비율은 61.2%에 이른다.

단기 운전자금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2011년에는 전체의 44.9%가 운전자금으로 대출돼 시설자금 대출 비중이 더 높았으나, 2012년 63.0%가 운전자금으로 대출돼 비중이 역전됐고 이후 지난해 67.0%, 올해 6월까지는 69.9%가 운전자금으로 대출됐다.

박 의원은 “단기 운전자금 비율이 높은 것은 중소·중견기업이 온렌딩 자금을 통해 설비투자를 촉진시킬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또 “내년도 통합 산은 출범 이후에도 온렌딩 대출을 유지키로 한 것은 시중은행에서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는 중소기업 지원의 필요성 때문”이라며 “지금까지의 온렌딩 지원실태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