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디스플레이, 중국 추격 따돌릴 핵심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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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K-디스플레이, 중국 추격 따돌릴 핵심 카드는 개발부터 생산까지, 중기의 힘…K-Display 2025

기사입력2025-08-14 12:3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관람객이 디스플레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세계 1위 디스플레이 산업국’이라는 위상은 그냥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을 필두로 국내 소·부·장 기업의 땀의 역사로 이뤄낸 성과물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인도 등의 디스플레이 후발업체가 맹추격하면서 우리나라의 글로벌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중소기업은 기술개발부터 생산까지 혁신을 거듭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가 지난 7일부터 3일간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K-Display 2025) 현장을 찾아 국내외 시장에서 승부전을 벌이고 있는 중소기업을 만났다.

국내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시장 경쟁력 키워온 K-중기

디스플레이를 생산해 소비자에 가기 직전 가장 중요한 단계는 라이프 타임(수명) 테스트를 하는 것이다. 테스트 시 꼭 필요한 조건 중 하나가 DC 출력인데, 안정적이고도 지속적으로 전원 공급이 이뤄져야 디스플레이 수명 테스트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DC 파워 서플라이다. 이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배터리의 실제 사용 가능 시간과 상태를 테스트하는 작업도 중요한데, 이때 필요한 장비가 일렉트로닉 로드다.

제품의 수명을 테스트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보니 그동안 해외의 유명 브랜드가 이 업계를 장악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판도가 달라졌다. 국내 후발주자로 시작해 업계 1위로 우뚝 섰고, 기술력 향상을 위해 노력한 결과 지금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체 개발, 생산하는 업체로 이름을 올린 곳이 있다.

디스플레이 라이프 타임을 테스트 하는 모습 ©중기이코노미

파워 서플라이와 일렉트로닉 로드를 개발, 제조하는 ㈜오디에이테크놀로지 마케팅 전략기획부 이승목 대리는 “예전에는 미국, 독일, 일본, 대만 등 40년 이상 전통을 자랑하는 외국산이 독보적이었지만, 우리가 연구 비용을 많이 투자한 결과 20년 후발 주자인데도 격차가 나지 않는다”며, “삼성, 엘지, 현대 등 대기업과 디스플레이 생산업체, 대학교 실험실 등 다양한 곳에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산 장비는 적어도 몇 개월의 납기일이 걸리지만, 우리는 주 단위로 움직인다. 또, A/S가 발생했을 때 외산의 경우 기본적으로 국산 장비보다 100만원 이상의 금액이 붙고 시작하지만, 우리는 금액적인 부분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24시간 이내에 대응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해당 나라의 언어로 소통해야 하는 불편함 없이 언제나 전화와 이메일로 소통이 가능해 고객사에서 만족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국산 장비를 사용할 때의 메리트를 강조했다.

오디에이테크놀로지는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진출도 꾀하고 있는데,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 해외 대리점을 설치함으로써 유명 브랜드와 맞붙고 있다.

6세대 OLED 마스크(사진 위), 8세대 OLED 마스크 ©중기이코노미

위폼스(WeFOMS)는 OLED 급에 들어가는 증착용 부품인 오픈 메탈 마스크(Open Metal Mask) 업계에서 후발 주자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기술적으로 앞질렀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정도로 우수한 기술력을 자랑하는 회사다.

OLED 디스플레이에서 증착 과정은 핵심 공정이다. 한 사이클의 증착 과정을 적게는 7번, 많게는 12번까지 거쳐야 하는데, 이때, 마스크의 핵심 기술은 디스플레이 모양이 정확하게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이 회사의 권성준 부장은 “이런 패터닝이 마이크로 단위로 이뤄지는데, 우리 기술은 25~40마이크로 포지션을 갖고 한다”며, “현재 중국의 후발 업체들은 대개 40마이크로 정도로 생산하는데, 우리가 이보다 10~20마이크로 앞선 것”이라고 뿌듯해했다.

이런 기술력은 6세대 디스플레이와 8세대 디스플레이를 비교해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현장 부스에 인바 36(Invar 36) 재질로 만든 OLED 디스플레이가 놓여 있었는데, 두께는 0.1~0.2mm로 6세대와 8세대 간 차이는 없다. 문제는 만들 때 폭이 한정돼 있어 8세대처럼 긴 디스플레이를 만들 때는 인바 36 두 장을 붙여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권 부장은 “이 기술로는 우리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며, “이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회사보다 15년, 현재 가장 많이 생산하는 회사보다 8년 늦게 시작했지만, 기술적으로는 우리가 앞선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LED 전광판의 모서리 부분을 탈착하는 모습 ©중기이코노미

대한전광은 옥외형 대형 전광판 제조업체다. 자력으로 생산, 개발, 유통, 설치, 시공, AS까지 하는 국내에 몇 남지 않은 업체로, LED 시장에서 중국 제품에 대항하는 마지막 남은 회사라 할 수 있다.

이 회사의 영업부 최희원 대리는 “이 업계에서 말하는 외국산은 중국산이다. 중국산과 가장 큰 차이점은 디스플레이 자체의 색상”이라며, “붉은색을 선호하는 중국은 같은 색상이라도 좀 더 따뜻한 색상을 좋아한다. 하지만, 한국은 이보다 차가운 색상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차이는 좌표 조정을 통해 잡을 수 있다고 해도 칩부터 한국의 선호도에 맞게 생산된 제품과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고 소개했다.

LED 디스플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인 해상도 역시 강점이다. 다이오드와 다이오드 사이의 거리인 피치가 좁을수록 해상도가 높은데, 0.9 피치, 1.56 피치, 2.5 피치 등 고객사의 요청에 맞춰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중소기업 보호법에 따라, 초미세 피치만을 제작해야 하는 삼성, 엘지 같은 대기업을 제외한 옥외 LED 업계에서 대한전광이 인정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A/S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일반적인 TV 모니터는 백라이트를 활용하기 때문에 한 번 파손되면 고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LED 전광판은 부위별 탈착이 가능해서 망가진 부분만 수리를 하고, 다시 결합하면 된다.

최희원 대리는 “재난상황실, 종합경기장 등 B2G 를 비롯해 포스코, 녹십자 등 기업체에서 많이 찾는다”며, “최근에는 카타르, 태국, 필리핀에도 진출했다. 이들이 우리 제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A/S”라며 제품력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중국의 경우, 렌즈가 새로 생산될 때마다 데이터베이스 업데이트가 안 돼 A/S가 힘들지만, 대한전광은 모든 데이터베이스가 계속 축적돼 있어 고장이 나더라도 원상복귀에 가깝게 A/S가 된다고 한다.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힘 모으는 디스플레이 업계

글로벌 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또 다른 고민은 탄소중립이다. 애플의 경우 공정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를 요구하는 등 글로벌 공급처의 탄소중립 의지는 강해져 가고 있다.

이에 맞춰 삼성과 엘지는 각각 2022년과 2023년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하며 공급처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 결과, 디스플레이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보다 2024년에 18.2% 감축하는 등 결실을 맺고 있다.

국내 220개사가 속해 있는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서세연 매니저는 “공정 가스 처리 효율 개선, 친환경 공정가스 개발, 에너지 효율 향상 등의 노력을 통해 2020년에는 938만톤이었던 온실가스 배출량이 작년에는 767만톤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업계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문제는 얼마나 우리나라의 환경적인 요소를 극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재생 에너지 전환율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 매니저는 “디스플레이 제조 공장이 국내에도 있지만, 베트남, 중국 등 해외에도 있는데, 해외의 경우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환경적인 요건이 너무 잘 돼 있다. 태양광의 경우 방대한 부지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산이 많은 지형이라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업계의 노력 덕분에 작년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2022년에 비해 2배 늘었지만, 국내 생산 비율이 더 높은 업계 특성상 국내 재생 에너지 전환율이 관건”이라고 했다.

정부정책 역시 좀 더 포용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정부에서는 전남, 전북 지역에 재생에너지 산단을 구축하겠다고 하지만, 대다수의 디스플레이 사업장은 구미, 파주, 천안, 아산 등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더 활용할 수 있도록 방법을 구체화하거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완화 정책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세연 매니저는 “한전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계속 올리고 있는데, 기업이 공정에 사용하는 전력소모량이 워낙 크기 때문에 몇원, 몇십원만 올라도 억단위, 조단위로 영향을 미친다. 이에 현 상태를 유지하는 수준만으로도 매출 절감에 도움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