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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현대판 새옹지마(塞翁之馬), 상지대학
비리얼룩 지우고 알토란 되자마자 전횡 일가 무혈입성
- 기사입력2014-04-11 10:28
김창훈 기자 (ckim2014@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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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옹지마(塞翁之馬)의 고사야 익히 알려진 바와 같다. 중국 변방의 한 노인에게 아끼던 말 한 필이 있었다. 어느 날 이 귀한 말이 까닭 없이 고삐를 끊고 국경 너머로 달아났다. 몇 달이 흐른 후, 달아났던 말이 다른 준수한 호마(胡馬, 오랑캐의 말) 한 필을 데리고 노인에게 돌아온다. 여물 먹이는 노고도 없이 귀한 말 두 필을 얻게 됐으니, 그야말로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따로 없다.
최근 상지대 소식을 접하면서 새옹지마의 고사가 떠오르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문기 씨는 10대에 상경해 ‘빠고다가구’에서 자수성가했다. 1960년대 민관식 전 장관의 선거운동을 도운 인연을 위시해 이러저러한 줄을 타고 1972년 교육부 임시이사로 ‘원주대학’에 파견됐다. 이후 1974년 이사장 자리를 꿰차고 이름도 상지학원으로 바꿨다. 지금은 타계한 원주대학 설립자 원홍묵 씨는 김 씨가 민 씨의 비호 아래 돈 한 푼 안들이고 대학을 인수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후 1993년 김영삼 정권의 사정에 걸려 쫓겨날 때까지 20년간 김 씨에게 상지대학은 말 그대로 화수분이 돼 줬고, 덕분에 김 씨는 조선대 박철웅 씨, 인천대 백선엽 씨 등과 함께 사학비리 3총사로 자자한 명성을 쌓기도 했다. 당시 본인은 사재를 털어 학교에 댔다고 주장했는데 언론 보도에 의하면 1990년 재단전입금은 3000원(3000만원이 아니다)이었고, 1992년에는 그나마도 없었다. 쓰러진 상아탑 자리에 김 씨의 부동산 왕국은 터를 넓혔다.
김 씨 없는 상지대는 환골탈태(換骨奪胎),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교원수, 입학정원, 자산 등의 지표 호전은 물론 각종 연구 및 진료시설까지 비약적으로 늘어나 정상화의 궤도에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강만길·한완상·유재천 교수 등 명망있는 스승들이 총장을 맡았고, 교수·교직원·학생·동문 등이 주요 사안에 참여하는 ‘민주대학’ 실험도 성공했다. 지역사회에서도 ‘우리대학’으로 자리잡았다. 호사다마(好事多魔), 이러한 ‘비정상의 정상화’는 2004년 교육부가 상지대의 ‘정상화’를 공인하고 정이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됐다.
김 씨의 와신상담(臥薪嘗膽)이 본궤도에 오른 것도 이때부터였다. 같은해 김 씨는 “임시이사의 정이사 전환은 무효”라는 소를 냈고, 2007년 대법원은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황식 전 총리가 주심을 맡은 이 판결로 김 씨 일가의 ‘화려한 귀환’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어 구성된 사분위는 2010년 ‘정상화 심의 원칙’을 통해 구재단에 이사 과반 추천권을 허락했고, 학교 운영은 파행을 거듭했다. 급기야 올해 3월31일 상지대 이사회는 김씨의 아들 김길남 씨를 이사장으로 선출했고, 이들은 정이사 9자리 중 6자리를 쥐락펴락하게 됐다. 본인들의 철학이나 능력과 무관하게 질적·양적으로 성장해버린 대학을 다시 품에 안게 됐으니, 이들에게 지난 20년은 전화위복, 새옹지마, 사필귀정(事必歸正)에 다름아니다.
일제강점과 남북대치, 군사독재, 그리고 급격한 산업화까지 초압축 경험을 해 온 우리 사회에 도처에 널린 게 상지대 건과 유사한 다툼의 싹이다. 비틀린 지뢰밭의 시대, 이번에는 또 어디에서 새로운 깃발을 치켜들지 조마조마해지는 4월이다. 하긴, 슬픈 데자뷰는 한 번에 그치는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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