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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등기임원 연봉공개, 두려워할 이유 없어
기업 투명성 확보, 글로벌 기업 성장 계기삼아야
- 기사입력2014-04-11 10:1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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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사업보고서를 통해 개별 등기임원의 보수가 공개되면서 재벌가 ‘회장님’들의 어마어마한 보수가 화제가 되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계열사 등기임원직을 통해 140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태원 SK회장은 300억원이 넘는 보수로 연봉순위 1위에 오르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그러나 개별 등기임원의 연봉을 공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의 취지는 재벌회장들의 연봉 순위를 매기는데 있지 않다. 등기임원들의 보수가 적정했는지를 통해 회사의 보수 시스템을 점검하고 투명경영이 이뤄졌는지를 주주들이 따져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연봉공개의 취지다.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순위 1위인 최태원 회장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지난 한해 동안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수감생활로 보냈다. 그런 최 회장에게 거액의 보수를 지급한 것이 적절한 지를 놓고 주주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불투명한 경영과 불신의 악순환 속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해 온 구태를 이번 기회에 벗어던질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개별임원보수 공시가 대기업의 투명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은 대상기업의 숫자를 통해 추측할 수 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경제개혁리포트 4월호 ‘개별임원보수 공시 현황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한 명 이상의 개별임원 보수를 공시한 회사는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장사 중 25%에 불과했고, 전체 임원의 7.46%만이 법규의 적용대상이었다.
그러나 상당수 총수일가들이 회장, 부회장, 고문 등 다양한 미등기임원 자격으로 보수를 받아가면서 공시 의무를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기업들이 아직 투명성 확보와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최근 총수일가가 형사사건에 연루되거나 피소 당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등기이사직을 사임하는 경우도 급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이는 “총수일가가 법령을 준수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사실상 많지 않은 상황에서 그에 따른 책임과 사회와 주주로부터의 비난 가능성이 높아질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회사의 CEO와 CFO, 그리고 보수총액 기준 상위 3명은 의무공시 대상자로 지정돼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한국 역시 이같은 방안을 시행하는 것이 개별임원보수 공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제언했다. 새로 실시된 제도이니만큼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지 알 수 없다. 법안은 임원 개인별 보수산정 기준과 방법을 공시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정부가 시행방안을 통해 산정기준과 방법의 공시 여부를 기업 자율에 맡겨 하위 규정이 법안을 무력화시키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현행 개별임원보수 제도는 완성되지 않았으며 다듬어 나가야 할 소지가 많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기왕 시행된 제도를 잘 이용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기업에 초점을 맞춘 제도지만 상장사라면 규모에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회사 이미지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