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범위 확대됐지만 병원업계 효과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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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중기 범위 확대됐지만 병원업계 효과 “글쎄” 법인설립 병원 적용 안돼…병협 “비영리법인 지원 필요”

기사입력2014-04-11 00:00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에 규정된 중소기업 범위가 지난 8일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확정됨에 따라 중소기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바뀌게 되지만, 병원업계 등 업종에 따라서는 새 개편안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구분하는 기준은 기존에는 근로자수, 자본금, 매출액 등으로 다양했으나 내년 1월부터는 매출액 기준으로 단일화된다. 매출액 기준은 업종에 따라 최근 3년간 연평균 400억원에서 1500억원 이하로 정해졌다. 지난해 말부터 정부가 추진해 온 중소기업 범위 개편은 그동안 공청회 등을 통해 세부내용이 알려져 있었다. 매출액 기준이 최대 800억원이었던 당초 정부안에 비하면 중소기업계의 의견이 반영된 내용이다.

하지만 새 개편안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병원업계의 경우 범위가 기존에 비해 확대됐지만 실제로 적용받을 수 있는 기업들의 수가 많지 않아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한병원협회 한 관계자는 “범위가 넓혀진 것은 긍정적”이라고 했지만 실제 중소기업 범위가 확대됨으로써 수혜를 입을 병원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비영리법인 대부분인 병원, 중기 범위확대 혜택 미미

대한병원협회는 ‘의원’급이 아니라 ‘병원’들이 회원인 협회다. 의료법상 병상 30개 이상을 갖춘 경우를 ‘병원’이라 한다. ‘병원’들 중에서도 병상수가 일정기준을 넘고 필수진료과목을 갖추면 ‘종합병원’이 되며, 요건을 갖춘 경우 보건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하기도 한다.

기존의 중소기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병원들이 속한 보건업의 중소기업 기준은 상시 근로자수 300명 미만 또는 매출액 300억원 이하였다.

2009년 기준 병원업의 중소기업 비율은 92.30%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제조업의 중소기업 비율은 99.82%였으며, 광업은 99.95%, 건설업은 99.83%, 운수업은 99.96%에 달했다. 타 업종에 비해 병원업의 중소기업 비율이 낮다는 점을 근거로 병원협회는 기존 기준이 의료업의 특수성에 맞지 않다며 기준을 상향해줄 것을 2012년부터 정부와 관계기관에 요구해왔다.

2009년 기준 <자료=대한병원협회>

병원협회는 또 상시 근로자수나 매출액이 같더라도 병원의 규모가 타업종에 비해 더 영세하다고 주장했다. 병원은 휴무일없이 응급실과 입원실을 24시간 운영해야 하고 의료인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병원이 속한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의 매출액 대비 손익률은 2008년 기준 1.4%였다. 같은 중소기업 기준을 적용받는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은 2.47%였으며,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은 3.0%로 조사됐다.

내년부터 병원 등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의 경우 최근 3년간 매출액이 연평균 600억원 이하인 경우까지 중소기업에 포함된다. 현행 기준에 비해 확대된 것이다. 개별 병원들의 매출액이 집계되지는 않아 수혜병원의 수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실제 중소기업 범위확대의 수혜를 입을 병원은 전체의 절반 가량에 불과할 것으로 병원협회는 보고 있다.

이유는 중소기업법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고 “영리를 목적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이 대상이기 때문이다.

병원협회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전체 병원 중 개인이 설립한 병원은 56.7%이며, 나머지 43.9%는 법인이 설립한 병원이다. 의료법은 병원 설립주체를 의료업만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법인 또는 비영리법인으로 정하고 있다. 의료법인뿐 만 아니라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재단법인이 병원을 설립한 경우 모두 중소기업법이 정한 “영리를 목적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병원협회의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전체 병원의 43.9%는 중소기업의 범위에 들더라도 법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중소기업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비영리법인이 중소기업의 혜택을 받는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따른 사회적기업은 현행 중소기업법의 적용대상이다. 사회적기업은 비영리법인이 설립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영리목적이 아닌 경우에도 중소기업의 혜택이 주어지는 경우가 있는 셈이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이 부분이 반영되지 않아 이번 중소기업 범위 개편은 우리 주장의 일부만 반영된 셈”이라며 “비영리법인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