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서 찍어내듯…” 성형은 산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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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공장에서 찍어내듯…” 성형은 산업이 아니다 돈벌이로 전락한 성형수술, 정부가 규제나서야

기사입력2014-04-04 11:22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서울 지하철 압구정역 출입구로 향하다 보면 지하벽면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사실은 대부분) 눈에 띄는 게 성형외과 광고다. 전(before)과 후(after)를 비교한 광고를 보면서 달라도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강남 압구정동 뿐만 아니라 청담동에서 신사동까지 이어지는 이곳을 흔히 ‘뷰티벨트’로 칭하기도 한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압구정역 부근에는 대략 100여곳이, 신사동에는 70여곳 정도가 밀집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곳에서 코나 눈 수술을 마치고 붕대 등을 감은 여성들을 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름이나 겨울방학 특히 대학입학시험이 끝난 시기에는 마치 ‘대목’처럼 성형환자들이 넘쳐난다. 성형수술을 마친 외국인 역시 적지않다. 우리나라 의사들의 성형시술 능력이 세계 최고며, 외국인 환자유치를 통해 국익에도 한 몫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성형수술을 받다 사망하는 사고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이곳에서 복부지방흡입수술을 받던 환자가 호흡곤란 증세로 사망하는가 하면 코 수술을 받던 환자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뇌사 상태에 빠져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의료계에서는 이처럼 의료사고가 발생한 원인을 마취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응급의료장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 경쟁이 심하다보니 자율적인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과잉성형을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한 성형외과 의사는 “시즌(?)만 되면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며 개탄했다. 결국 뷰티벨트에 몰려 있는 의료기관간 과열경쟁과 상업화는 과잉성형을 낳고 환자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상담 건수는 2009년 71건에서 지난해 110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사고의 1차적인 책임은 병원측에 있고, 그 책임은 엄중히 물어야 한다. 이와함께 의료관광 활성화만 외치는 정부 정책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생명을 위협하는 무분별한 성형수술이 횡행하는데도 정부의 관심이 ‘성형관광이니 의료상업화니’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가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지만 이런 병폐를 당장에 바꿔 나가기 어렵다면 최소한 성형산업이 이를 부추겨서는 안된다. 이미 성형수술을 통한 의료사고가 국민생명을 위협하는 단계에 와 있을 만큼 심각한 상황인데, 성형관광을 장려하면서도 환자의 안전을 도외시해서는 안되기에 이젠 정부가 규제에 나서야 한다. 성형은 산업이전에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다.